‘내려놔!’ 대신 ‘치워봤어!’ – 아이 몰래 스마트폰 치운 날

매일 외치던 말, “그만 좀 봐!”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

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.
그리고 그 아이들은, 너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디지털 세대이다.
하루가 멀다 하고
“그만 좀 봐!” “이제 내려놔야지!”
라는 말을 반복했지만,
아이들은 눈을 떼지 않았고,
나는 매번 잔소리를 하는 나 자신이 더 피곤해지고 있었다.

특히 둘째가 유튜브 키즈를 멈추지 못하고
“잠깐만~”을 연발할 때,
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
그 상황에 지쳐버린 내 자신에게 분노를 느꼈다.
그래서 결심했다.
말 대신 환경을 바꿔보자.

그날 밤, 아이들이 잠든 사이
나는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두 개의 스마트폰을 서랍 깊숙이 치워버렸다.
“내려놔!”라는 외침을 멈추고,
‘아예 없애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?’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기로 했다.
그리고, 다음 날이 시작되었다.

 

 당황한 건 아이들이 아니라, 사실은 나 자신이었다

아침에 아이들이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찾는 건
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.
첫째는 “엄마, 내 폰 어디 있어?”라고 물었고,
둘째는 “영상 틀어줘~”를 외쳤다.

나는 평온한 척하며
“오늘은 좀 쉬어보자~”라고 말했고,
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담담했다.
놀랍게도, 엄마가 ‘화내지 않고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’ 날은
아이들에겐 더 이상 ‘싸움의 시작’이 아니었던 것이다.

첫째는 스마트폰을 찾다가 이내
자신의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냈고,
둘째는 TV 쪽으로 다가가더니 켜지지 않자 그냥 옆에 앉았다.
그리고 아이 둘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
함께 블록을 꺼내기 시작했다.

그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.
“스마트폰을 못 놓는 건 아이가 아니라,
항상 ‘있는 상황’을 만들어주는 나였던 건 아닐까?”
내가 치워주자, 아이들은 의외로 잘 적응했고,
오히려 당황하고 불편했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.

 

환경이 바뀌자 감정과 관계가 함께 회복되기 시작했다

그날 하루는 놀랍도록 평화로웠다.
스마트폰이 없다는 이유로 짜증내는 시간보다,
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직접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,
엄마인 나 역시
“그만해” “내려놔” “이제 꺼” 같은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.

나는 그날 하루를 기록했고,
그날 밤 깨달았다.
환경이 바뀌면, 아이의 감정도 행동도 바뀔 수 있다는 것.
그리고 아이를 바꾸려고 애쓰는 대신,
엄마가 환경을 설계하면 된다는 단순한 진실.

지금도 나는 스마트폰을 ‘치워야 하는 날’을 주기적으로 정한다.
아이에게 ‘하지 마’라는 말 대신,
아예 ‘그럴 수 없는 환경’을 주는 것.
그게 감정 소모 없는 양육의 가장 현실적인 디지털 디톡스 방법이었다.

 

 “아이를 혼내지 않고도 디지털 자극을 줄이는 방법”으로
‘치우는 실험’을 통해 얻은 실제 변화와 감정의 기록'
아이보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
환경이고, 부모의 반응이며,
디지털을 ‘제거한 자리’에 무엇을 채울지에 대한 태도이다. 
아이들보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건 내 자신이었다.